생선 비린내, 왜 나고 손질로 얼마나 줄어들까

저는 생선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비린내가 부담스러웠다는 게 맞는 말인데요. 손질할 때 아무리 씻어내도 어딘가 남는 그 냄새가 늘 의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찾아보니 비린내는 감으로 없애는 게 아니라, 원인 물질을 알면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는 화학 반응이었습니다. 심지어 손질법마다 효과 차이를 실제로 측정한 논문도 있었고요. 오늘은 그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생선에서 비린내가 나는 이유는 뭘까?

비린내의 정체는 트리메틸아민(TMA)이라는 물질입니다. 살아있는 생선의 몸속에는 이 물질이 무취 상태인 트리메틸아민옥사이드(TMAO)로 저장되어 있습니다. TMAO는 바닷물의 삼투압으로부터 수분을 지키고, 수압에 의한 단백질 변성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 생선이 살아있을 때는 오히려 몸을 보호하는 물질인 셈입니다.

문제는 생선이 죽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세균과 생선 자체의 효소가 TMAO를 다시 TMA로 분해시키면서 비린내가 나기 시작하는 겁니다. TMA는 염기성의 휘발성 아민 화합물이라 공기 중으로 쉽게 퍼지는데, 그래서 유독 냄새로 강하게 느껴집니다.

흥미로운 건 TMAO와 TMA가 분자 구조나 크기는 거의 비슷한데, TMA만 강한 냄새를 낸다는 점입니다. 상한 생선을 구별하는 능력이 생존에 중요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는데요. 냄새 자체가 일종의 경고 신호로 진화했다고 보면, 비린내를 무조건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닙니다.

1 살아있는 생선TMAO(무취)로 저장 2 생선이 죽음 3 세균·효소가TMAO를 TMA로 분해 4 TMA 발생→ 비린내 시작
생선이 죽은 뒤 TMAO가 세균·효소에 의해 TMA로 분해되며 비린내가 시작되는 과정

부위마다 비린내가 다른 이유 — 혈합육과 껍질

같은 생선이라도 부위별로 비린내 강도가 다릅니다. 고등어 같은 등푸른생선을 손질해보면 유독 비린내가 심한 부위가 따로 있는데요.

혈합육(짙은 색 살, 붉은 살 부위)은 지방 함량이 높아 산화가 빠르고, TMA 농도도 함께 높습니다. 이 부위를 도려내는 것만으로 비린내가 상당히 줄어듭니다.

껍질도 마찬가지입니다. TMAO는 삼투압 조절 기능 때문에 원래 피부층(껍질) 쪽에 많이 분포합니다. 그래서 껍질이나 얇은 막을 벗기는 것만으로도 비린내 감소 효과가 꽤 큽니다.

핏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가미·내장 주변 핏물을 소금으로 빼는 손질법이 상식처럼 통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정리하면, 손질 단계에서 혈합육·껍질·핏물 이 세 가지만 신경 써도 비린내의 '근원'을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손질법별로 비린내, 실제로 얼마나 줄어들까

여기서부터가 진짜 궁금했던 부분입니다. 우유에 담그면 좋다, 식초를 쓰면 좋다 — 이런 말은 많은데,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다들 감으로만 말하잖아요.

인도네시아 IPB 대학 연구진이 2024년 발표한 논문에서 이 부분을 직접 측정했습니다. 메기살을 다양한 용액에 담근 뒤 TMA 함량을 정량 분석한 연구인데요, 결과가 꽤 흥미롭습니다.

무처리 대조군의 TMA는 100g당 6.10mg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유 원액에 담그자 3.36mg까지 떨어졌습니다 —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입니다. 식초 5% 용액은 4.57mg, 레몬즙 5% 용액은 3.66mg으로 역시 효과가 있었고요.

다만 모든 산성 재료가 똑같이 효과적인 건 아니었습니다. 같은 연구에서 라임즙 5%는 오히려 가장 낮은 효과(5.19mg)를 보였습니다. '산성이면 다 비슷하겠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재료에 따라 편차가 꽤 컸다는 거죠.

손질법별 TMA 함량 비교 Noviana et al. 2024, Food Research 실측값 무처리 대조군 원리 아무 처리 없음 TMA 함량 (100g당) 6.10 mg N/100g 우유 원액에 침지 원리 카제인이 TMA를 흡착 TMA 함량 (100g당) 3.36 mg N/100g 레몬즙 5% 침지 원리 산성 성분이 TMA 중화 TMA 함량 (100g당) 3.66 mg N/100g 식초 5% 침지 원리 산성 성분이 TMA 중화 TMA 함량 (100g당) 4.57 mg N/100g 라임즙 5% 침지 원리 산성이지만 효과는 약함 TMA 함량 (100g당) 5.19 mg N/100g
손질법별 TMA 함량 비교 — 우유 원액과 레몬즙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Noviana et al. 2024)

원리도 조금씩 다릅니다. 우유는 카제인 단백질이 지용성인 TMA를 감싸 물에 녹는 형태로 바꿔 빼내는 '흡착' 방식이고, 식초·레몬즙은 염기성인 TMA를 산으로 중화하는 방식입니다. 생강·마늘·후추처럼 향이 강한 재료는 냄새를 없애는 게 아니라 다른 향으로 덮는 '마스킹'에 가깝고요. 셋 다 결과적으로는 비린내를 줄여주지만, 작동 방식 자체는 다르다는 걸 알아두면 상황에 맞게 고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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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어야 좋은 걸까? — 상식과 다른 결론

손질한 생선을 조리 전에 흐르는 물로 한 번 헹구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저도 그게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비린내도 씻어내고, 더 깨끗해질 거라는 생각으로요.

그런데 미국 농무부(USDA)와 영국 식품기준청(FSA)은 오히려 조리 전에 생선을 물로 씻지 말라고 권고합니다. 흐르는 물에 씻는다고 세균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물이 튀면서 싱크대와 조리대, 주변 식재료로 세균을 퍼뜨리는 '교차오염'이 오히려 문제라는 겁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권하는 방식은 물로 씻는 대신 키친타월로 표면 수분만 닦아내는 겁니다. 비린내의 원인이 되는 표면 수분을 줄이면서, 구울 때 겉면이 더 바삭해지는 효과까지 챙길 수 있으니까요. 비늘이 남아 있거나 이물질이 묻었을 때만 예외적으로 가볍게 헹구고, 그 후엔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조리대를 소독하면 됩니다.

'비린내를 없애려면 씻어야 한다'는 생각과 '위생을 위해서는 씻지 않는 게 낫다'는 조언, 목적 자체가 다른 얘기이긴 합니다. 그래도 씻는 행동 하나에 이렇게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건, 알아둘 만한 반전이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게 손질하시면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손질 단계에서 혈합육·껍질·핏물을 먼저 정리하고, 우유나 식초에 짧게 담갔다가, 헹구지 않고 키친타월로 물기만 닦아내는 순서가 가장 근거 있는 방법입니다.

우유를 쓸 때는 원액에 가까울수록 효과가 좋았다는 점, 산성 재료 중에서도 레몬즙과 식초가 라임즙보다 안정적이었다는 점을 기억해두시면 좋겠습니다. 시간은 10~15분이면 충분하고, 너무 오래 담그면 살이 물러질 수 있으니 그 부분만 주의하시면 됩니다.

비린내는 없애야 할 결점이 아니라, 신선도를 알려주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원인을 알고 나니, 저는 이제 생선 손질이 예전만큼 부담스럽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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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1. Decreasing fishy odour from catfish (Clarias sp.) flour as a food ingredient by using various soaking solutions — 동료심사 학술논문(Food Research, 2024)
  2. 트리메틸아민(Trimethylamine) —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 정부기관 자료
  3. 원래 비린내도 없던 것이다 — 한국일보, 언론 심층기사(2021.5.5)
  4. 생선, 당연히 씻어서 요리했는데, 이게 아니라고? — USDA·FSA 권고 인용 기사(2026.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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