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삶을 때 뚜껑 열고 vs 닫고, 비린내와 관련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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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콩나물국을 끓일 때마다 뚜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매번 헷갈리는 편입니다. 어머니는 늘 "중간에 뚜껑 열면 안 된다"고 하셨는데요. 정작 왜 안 되는지는 저도, 어머니도 명확히 설명해주신 적이 없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이 통설에는 진짜 과학적 근거가 있습니다. 다만 '뚜껑을 여느냐 마느냐' 자체보다는, 콩나물 속 어떤 효소가 어느 온도에서 얼마나 오래 작용하느냐가 진짜 변수였습니다. "열 거면 끝까지, 닫을 거면 끝까지" — 이 통설, 원래 이런 형태였다 콩나물국을 몇 번이라도 끓여보셨다면 이런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뚜껑 열면 비린내 난다." 그런데 조금 더 찾아보니, 원래 통설은 이보다 구체적이었습니다. "열 거면 처음부터 끝까지 열고, 닫을 거면 처음부터 끝까지 닫아라. 삶는 도중에 열었다 닫는 게 제일 나쁘다." 즉 핵심은 뚜껑을 여느냐 닫느냐가 아니라, 중간에 방침을 바꾸는 것 이 문제로 지목된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을 놓치고 "무조건 뚜껑 닫아야 한다"로만 기억하고 계셨다면, 오히려 통설의 절반만 알고 계셨던 셈입니다. 콩나물 비린내, 진짜 원인이 뭘까? 콩나물뿐 아니라 콩류는 대부분 삶으면 특유의 비린내가 납니다. 이 냄새의 정체는 콩 속에 들어있는 '리폭시게나아제(lipoxygenase)'라는 효소입니다. 이 효소는 콩나물 세포가 열이나 물리적 손상으로 파괴되면, 콩 속 불포화지방산을 분해해 알코올·알데히드·케톤 계열의 화합물을 만들어냅니다. 헥사날, 2-헥세날 같은 물질인데요. 해외 학술지에 실린 연구에서도 이 리폭시게나아제 경로가 콩류 특유의 '콩 비린내(beany flavor)'를 만드는 핵심 메커니즘으로 지목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이 효소는 아무 온도에서나 똑같이 일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리폭시게나...

시금치·미나리 데칠 때 소금 넣는 진짜 이유, 삼투압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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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리할 때 '과학적 원리'까지 찾아보고 하는 편은 아닙니다. 엄마가 하던 대로, 레시피에 나온 대로 그냥 따라 할 때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시금치 데치는 법을 리서치하다가 조금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소금 넣으면 삼투압 때문에 옥살산이 더 잘 빠진다"는 설명이 정말 여기저기 반복되고 있었는데요. 정작 그 근거를 찾아 들어가 보니 앞뒤가 좀 안 맞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시금치·미나리를 데칠 때 소금을 넣는 이유로 흔히 나오는 세 가지 설명(삼투압으로 옥살산 제거, 끓는점 상승으로 시간 단축, 발색) 중에서 학술 연구로 실제 확인되는 건 딱 하나, 발색뿐입니다. 그리고 그 발색조차 흔히 말하는 '알칼리성이 산을 중화한다'는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소금 넣으면 삼투압으로 옥살산이 더 잘 빠진다는데, 정말일까? 시금치나 미나리 같은 잎채소에는 옥살산(수산)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신장결석 체질인 분들에게는 신경 쓰이는 성분이라, "데치면 옥살산이 줄어든다"는 정보는 꽤 많이 퍼져 있습니다. 실제로 데치기만 해도 옥살산이 상당히 줄어드는 건 맞습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자료를 보면 살짝 데치는 것만으로 옥살산이 51.2% 감소 했다는 연구 결과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언론 보도들도 30~90%까지 폭넓게 감소한다고 전합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이 감소가 '소금의 삼투압' 때문이라는 설명이 흔한데요. 삼투압이 일어나려면 반투막을 사이에 두고 농도 차이로 물이 이동해야 합니다. 그런데 90~100℃ 끓는 물에 들어가는 순간, 채소의 세포막은 이미 열에 의해 망가집니다. 반투성이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삼투압이 성립할 전제 자체가 끓는 물 속에서는 무너지는 셈입니다. 옥살산이 빠져나가는 건 삼투압이 아니라, 물에 잘 녹는 성질(수용성) 덕분에 파괴된 세포벽 틈으로 그냥 확산되어 나가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 확산은 소...

사과·감자 갈변, 왜 일어나고 어떻게 늦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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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도시락 쌀 때마다 사과를 깎아 넣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예쁘게 잘라 넣어도 점심시간이면 누렇게 색이 죽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한동안 소금물에 담그는 방법을 열심히 썼습니다. 인터넷에 가장 많이 나오는 방법이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갈변 관련 논문들을 찾아보다가, 생각보다 이야기가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소금물이 늘 최선은 아니었습니다. 오늘은 사과와 감자가 갈변하는 진짜 원리부터, 방법별로 어떤 게 실제로 더 효과적인지, 그리고 의외로 헷갈리기 쉬운 "삶은 감자가 식으면서 회색으로 변하는 현상"까지 정리해보겠습니다. 사과·감자가 갈색으로 변하는 진짜 이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사과와 감자의 갈변은 같은 원리로 일어납니다. 두 식품 모두 세포 안에 '폴리페놀'이라는 페놀 화합물과, 이 폴리페놀을 산화시키는 효소인 폴리페놀 산화효소(PPO)를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이 둘이 세포 안에서 따로 떨어져 있는데요. 칼로 자르거나 껍질을 벗기면 세포벽이 부서지면서 둘이 만나게 됩니다. 여기에 공기 중 산소까지 더해지면 폴리페놀이 퀴논이라는 물질로 산화되고, 퀴논이 다시 뭉쳐 갈색~검은색의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냅니다. 사과, 감자뿐 아니라 바나나, 배, 가지, 고구마도 같은 이유로 갈변이 일어납니다. 재미있는 건 귤이나 감처럼 갈변이 거의 안 되는 과일도 있다는 점입니다. 귤은 비타민C가 풍부해서 항산화 작용으로 산화를 막아주고, 감은 떫은맛을 내는 탄닌 성분이 효소와 결합해서 효소 자체가 힘을 잃어버립니다. 1 자르거나 껍질을 벗깁니다 세포벽이 부서지면서 내부 성분이 섞입니다 ↓ 2 폴리페놀과 산화효소가 서로 만납니다 ↓ 3 산소와 반응합니다 폴리페놀이 산화되어 퀴논이라는 ...

양파 썰 때 눈물 안 나는 법, 진짜 과학적 원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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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를 썰면 왜 눈물이 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범인은 하나가 아니라 둘입니다. 세포를 부수는 효소와, 그 결과물을 다시 눈물 유발 물질로 바꾸는 또 다른 효소가 함께 작동해야만 눈이 매워집니다. 이 두 번째 효소의 존재는 2002년에야 학계에 처음 보고됐습니다. 저는 사실 요리할 때 양파 써는 순서를 가장 마지막으로 미루는 편입니다. 다른 재료 다 손질해두고, 정말 어쩔 수 없을 때 눈을 찡그리며 써는 식이었는데요. 그런데 최근에 이 눈물의 원인을 제대로 찾아보다가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냥 매운 성분이 나와서 그렇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두 가지 효소가 정확한 순서로 작동해야만 눈물이 나는 꽤 정교한 반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반응 경로를 알고 나니, 어떤 방지법이 진짜 효과가 있고 어떤 게 그냥 속설인지도 명확해지더군요. 양파를 썰면 왜 눈물이 날까 — 오래된 통설부터 정정하고 시작합니다 오랫동안 "양파 안에 있는 알리네이스(alliinase)라는 효소 하나가 최루 성분을 만든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설명은 틀렸습니다. 일본 하우스식품과 도쿄대·교토대 공동 연구팀이 2002년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 에 따르면, 최루 기체가 만들어지려면 효소 두 개가 순서대로 작동해야 합니다. 알리네이스 하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1단계: 양파 세포 속에 저장된 이소알린(isoalliin)이라는 황화합물을, 칼에 세포가 잘리면서 나온 알리네이스가 분해해 설펜산을 만듭니다. 2단계: 이 설펜산을,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최루인자합성효소(lachrymatory factor synthase, LFS)가 다시 반응시켜야 비로소 최루 기체인 'syn-프로페인싸이알-S-옥사이드(PTSO)'가 완성됩니다. 이 두 번째 효소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최루 기체 대신 양파 특유의 감칠맛을 내는 성분만 만들어집니다. 즉 눈물을 유발하는 반응과, 양파의 풍...

김치 저온 숙성 vs 상온 숙성, 유산균 함량 정말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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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김치냉장고 광고 문구를 볼 때마다 살짝 갸우뚱했습니다. '유산균이 몇 배 더 늘어난다'는 식의 문구가 나올 때마다, 그래서 정확히 어떤 근거로 하는 말인지 궁금했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직접 논문을 찾아 뒤져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상온 숙성이 유산균을 '더 많이' 만드는 건 아닙니다. 다만 유산균에 '더 빨리' 도달하게 만들 뿐입니다. 그리고 이 차이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상온이 유산균을 더 많이 만든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2021년 국제학술지 Foods 에 실린 MALDI-TOF MS 분석 연구 는 배추김치를 4℃, 10℃, 23℃ 세 가지 온도에서 각각 발효시키며 생균수를 추적했습니다. 결과가 흥미로웠는데요. 23℃(상온)에서는 발효 3일 만에 최대 생균수(평균 7.85 log CFU/mL)에 도달했습니다. 반면 4℃와 10℃(냉장)에서는 15일이 걸려서야 비슷한 수준(각각 7.86, 7.94 log CFU/mL)에 도달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거의 같습니다. 차이는 '도착 시점'이지 '도착 지점'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상온은 급행열차, 저온은 완행열차 — 그런데 내려서 보니 같은 역이었던 셈이죠. 그럼 뭐가 다를까 — '얼마나 많이'가 아니라 '어떤 균이' 숫자는 비슷한데, 그럼 도대체 뭐가 다른 걸까요. 같은 연구는 온도에 따라 우세해지는 유산균의 '종류'가 다르다 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상온에서는 신맛과 물러짐(연부)을 유발하는 Lactobacillus brevis , Lactiplantibacillus plantarum 계열이 더 빠르게 증식했습니다. 반면 4℃ 저온에서는 감칠맛과 유익 물질을 만드는 Latilactobacillus sakei , Leuconostoc mesenteroides 계열이 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세계김치연구소가 2024년 Heliyon ...

독감 백신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 WHO 예측부터 생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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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매년 가을이 되면 별생각 없이 독감 주사를 맞으러 갑니다. 사실 왜 작년에 맞은 것과 성분이 다른지, 누가 그걸 정하는지는 궁금해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자료를 찾아보다가 좀 놀랐습니다. 독감 백신 하나가 우리 팔에 들어오기까지, 전 세계 100개 넘는 나라의 실험실이 1년 내내 데이터를 모으고, 제약사는 그걸 받아 6개월 넘게 생산 라인을 돌립니다. 생각보다 훨씬 큰 프로젝트였습니다. 독감 백신, 왜 매년 새로 맞아야 할까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표면에는 헤마글루티닌(HA)과 뉴라미니다제(NA)라는 두 가지 단백질이 붙어 있습니다. 우리 면역계가 항체를 만들 때 표적으로 삼는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문제는 이 단백질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계속 조금씩 형태를 바꿉니다. 그래서 작년에 만든 항체가 올해 바이러스는 잘 못 알아보는 일이 생깁니다. 미국 FDA 자문위원회 자료에도 이 점이 분명히 나옵니다. 백신 항원과 실제 유행 바이러스의 HA·NA가 잘 맞지 않으면 백신 효과가 크게 떨어지므로, 항원 구성을 유행 바이러스에 맞춰 정기적으로 갱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독감 백신은 '한 번 맞으면 끝'이 아니라, 매년 다시 설계되는 제품인 셈입니다. 예측은 누구 몫일까 — WHO의 전 지구적 감시망 이 예측을 담당하는 곳이 WHO 산하 GISRS(글로벌 인플루엔자 감시·대응 시스템)입니다. 1947~1952년, WHO가 막 출범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조직인데요. 지금은 127개국 이상, 140여 개 기관이 참여하는 거대한 네트워크로 커졌습니다. 작동 방식은 이렇습니다. 전 세계 병원과 1차 진료 네트워크에서 매년 300만~400만 건의 임상 검체를 채취합니다. 이 중 약 4만 건의 바이러스가 WHO 협력센터(애틀랜타, 베이징, 런던, 멜버른, 도쿄 등)로 보내지고, 그중 1만 건 정도가 유전적·항원적 특성 분석 대상이 됩니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1년에 두 번, 매년 2월과 9...

김치가 시어지는 이유, 발효 화학으로 완전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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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김치가 왜 시어지는지 별로 궁금해한 적이 없습니다. 그냥 시간이 지나면 시어지는 거려니,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냉장고 안쪽에 넣어둔 김치와 문 쪽에 넣어둔 같은 김치가 전혀 다른 속도로 시어지는 걸 겪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온도가 몇 도 차이 났을 뿐인데, 한쪽은 여전히 아삭하고 시원했고 다른 한쪽은 벌써 코를 톡 쏘는 신김치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제대로 파봤습니다. 김치가 시어지는 건 단순한 '숙성'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 사이의 세력 다툼이었습니다. 처음엔 시원하다 — 류코노스톡이 주도하는 초반전 김치를 막 담갔을 때 나는 그 시원하고 톡 쏘는 맛, 다들 아실 겁니다. 이건 류코노스톡(Leuconostoc)속 유산균이 만드는 맛입니다. 류코노스톡은 발효 초기부터 가장 먼저 자리를 잡고 활동을 시작합니다. 젖산과 초산은 물론이고, 시원한 단맛을 내는 당알코올 '만니톨', 톡 쏘는 청량감을 주는 이산화탄소까지 함께 만들어냅니다. 이 이산화탄소는 맛만 좋게 하는 게 아니라, 김치 속을 산소 없는 상태로 만들어서 부패를 일으키는 잡균들을 억제하는 역할도 합니다. 말하자면 류코노스톡은 김치 초반전의 주인공이자 문지기입니다. 그런데 왜 결국 신맛으로 넘어갈까? 문제는 이 균이 산에 약하다는 점입니다. 발효가 진행되면서 젖산이 쌓이고 pH가 점점 낮아지면, 류코노스톡은 이 산성 환경을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반면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속은 pH 3.0 같은 강산성 환경에서도 끄떡없이 자랍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넘겨받는 쪽은 이 락토바실러스입니다. 발효 단계는 대체로 미숙기 → 적숙기 → 과숙기 → 변패기 순으로 넘어갑니다. 적숙기까지는 류코노스톡과 락토바실러스, 와이셀라가 균형을 이루며 가장 맛있는 구간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과숙기에 접어들면 락토바실러스가 압도적으로 우세해지고, 젖산만 계속 쌓이면서 신맛이 다른 모든 맛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