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이 재료손질인 게시물 표시

다진 마늘 냉동 보관, 알리신 손실의 진짜 범인은 따로 있었다

이미지
저는 마늘을 한 번에 넉넉히 다져서 얼려두는 편입니다. 그런데 최근 SNS를 보면 "다진 마늘, 절대 냉동하지 마세요"라는 이야기가 자꾸 눈에 띕니다. 냉동하면 알리신도, 향도 다 날아간다는 거죠. 그래서 저도 반신반의하며 찾아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범인은 냉동이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마늘 안에는 '알리신'이 없다고요? 이 글의 검색 의도부터 답하고 시작하겠습니다. 다진 마늘을 냉동하면 알리신이 얼마나 손실될까요? 답은 "냉동 자체보다, 다진 뒤 흘러간 시간이 더 결정적"입니다.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요. 마늘 안에는 원래 알리신이 없습니다. 마늘 조직 안에는 무향·무자극인 '알린(alliin)'이라는 물질과, 이것과 따로 분리되어 있던 '알리나제(allinase)'라는 효소가 각자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칼이나 믹서로 마늘을 다지면 세포벽이 깨지면서 이 둘이 처음으로 만나고, 그 순간 화학반응이 일어나 알리신이 만들어집니다. 즉 알리신은 '다지는 행위' 자체가 만들어내는 방어물질입니다. 관련글 마늘 알리신, 다지고 10분 기다려야 하는 이유 ›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진짜 문제입니다. 알리신은 만들어진 순간부터 분해되기 시작하는, 꽤나 불안정한 물질이거든요. 알리신, 얼마나 빨리 사라질까 미국 농화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다진 생마늘에서 생긴 알리신은 실온에서 생물학적 활성 기준 반감기 약 6일, 화학적 반감기 약 11일 로 측정됐습니다. 식용유에 넣었을 땐 더 심했습니다. 활성 반감기가 채 1시간도 되지 않았습니다. 2025년 발표된 또 다른 연구도 비슷한 결론을 냈습니다. 알리신의 분해 속도는 초기 농도가 높을수록, 온도가 높을수록 빨라지고, 산성(pH 2~5.8)보다 알칼리성(pH 8~9) 환경에서 훨씬 빠르게 무너진다고 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다진 순간 ...

쌀 씻는 횟수, 몇 번이 적당할까 — 영양 손실과 밥맛의 진짜 관계

이미지
저는 쌀을 씻을 때 물이 맑아질 때까지 씻는 편이었습니다. 뽀얀 쌀뜨물이 남아있으면 뭔가 덜 씻은 것 같아서, 서너 번은 기본이고 손끝에 쌀알이 매끈하게 느껴질 때까지 헹궈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런데 이 습관을 다시 들여다보니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영양과 밥맛을 함께 생각했을 때 적정 세척 횟수는 3~4회 정도입니다. 문제는 '몇 번 씻느냐'가 아니라, 씻는다는 행위 자체가 이미 상당한 영양 손실 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쌀을 씻으면 영양소가 정말 그렇게 많이 빠질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네, 생각보다 많이 빠집니다. 학술 리뷰 자료 에 따르면 백미를 씻는 것만으로 티아민(비타민 B1)은 22~59%, 리보플라빈(B2)은 11~26%, 나이아신(B3)은 20~60%까지 손실됩니다. 손실 범위가 이렇게 넓다는 건, 그만큼 씻는 방식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사실 가장 큰 손실은 세척이 아니라 그 이전 단계, 즉 도정 과정 에서 이미 일어난 뒤입니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현미를 백미로 도정하는 과정에서만 티아민은 68~82%, 비타민 E는 82%, 식이섬유는 63~78%가 사라집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씻는 쌀은, 이미 한 차례 크게 깎여 나간 상태에서 한 번 더 깎이는 셈입니다. 씻기·불림·조리를 각각 분리해 측정한 연구 에서도 "세척이 비타민 B군과 미네랄 손실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고, 불림은 티아민에만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습니다. 불림보다 세척 단계의 손실 폭이 더 크다는 뜻입니다. 관련글 마늘 알리신, 다지고 10분 기다려야 하는 이유 › 그럼 도대체 몇 번을 씻어야 할까 국내 조리 정보에서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기준은 3~4회 입니다. 물이 완전히 투명해질 때까지 씻는 건 오히려 역효과로 지목됩니다. 핵심은 횟수보다 순서와 강도입니다. 첫 물이 관건인데요, 쌀은 처음 닿는 ...

생선 비린내, 왜 나고 손질로 얼마나 줄어들까

이미지
저는 생선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비린내가 부담스러웠다는 게 맞는 말인데요. 손질할 때 아무리 씻어내도 어딘가 남는 그 냄새가 늘 의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찾아보니 비린내는 감으로 없애는 게 아니라, 원인 물질을 알면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는 화학 반응이었습니다. 심지어 손질법마다 효과 차이를 실제로 측정한 논문도 있었고요. 오늘은 그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생선에서 비린내가 나는 이유는 뭘까? 비린내의 정체는 트리메틸아민(TMA)이라는 물질입니다. 살아있는 생선의 몸속에는 이 물질이 무취 상태인 트리메틸아민옥사이드(TMAO)로 저장되어 있습니다. TMAO는 바닷물의 삼투압으로부터 수분을 지키고, 수압에 의한 단백질 변성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 생선이 살아있을 때는 오히려 몸을 보호하는 물질인 셈입니다. 문제는 생선이 죽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세균과 생선 자체의 효소가 TMAO를 다시 TMA로 분해 시키면서 비린내가 나기 시작하는 겁니다. TMA는 염기성의 휘발성 아민 화합물이라 공기 중으로 쉽게 퍼지는데, 그래서 유독 냄새로 강하게 느껴집니다. 흥미로운 건 TMAO와 TMA가 분자 구조나 크기는 거의 비슷한데, TMA만 강한 냄새를 낸다는 점입니다. 상한 생선을 구별하는 능력이 생존에 중요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는데요. 냄새 자체가 일종의 경고 신호로 진화했다고 보면, 비린내를 무조건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닙니다. 1 살아있는 생선 TMAO(무취)로 저장 2 생선이 죽음 3 세균·효소가 TMAO를 TMA로 분해 4 TMA 발생 → 비린내 시작 생선이 죽은 뒤 TMAO가 세균·효소에 의해 TMA로 분해되며 비린내가 시작되는 과정 부위마다 비린내가 다른 이유 — 혈합육과 껍질 같은 생선이라도 부위별로 비린내 강도가 다릅니다. 고등어 같은 등푸른생선을 손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