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채소·통조림, 초가공식품일까? 헷갈리는 기준 정리

저는 사실 '초가공식품'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조금 억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냉동실에 얼려둔 브로콜리, 급할 때 하나씩 꺼내 먹는 참치 통조림까지 다 '나쁜 가공식품'으로 묶이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찾아보니 결론은 생각보다 명확했습니다. 냉동채소는 원칙적으로 초가공식품이 아니고, 통조림도 대부분은 아닙니다. 다만 '대부분'이라는 단서가 붙는 이유가 있는데요, 그 경계선이 오늘 정리해볼 내용입니다.

냉동식품 코너에서 냉동채소를 고르는 모습
사진 제공: David Gomes | 출처: Pexels

초가공식품, 도대체 기준이 뭐길래 이렇게 헷갈릴까?

기준은 NOVA 분류 체계입니다. 2010년 브라질 상파울루대 연구팀이 만든 분류법인데, 영양성분이 아니라 '가공을 어떻게, 얼마나 했는가'로 식품을 4단계로 나눕니다.

1단계는 신선육·채소·달걀처럼 원래 형태가 거의 그대로인 식품, 2단계는 소금·설탕·기름처럼 요리에 쓰는 재료, 3단계는 1단계에 2단계를 더한 단순 가공식품(치즈, 갓 구운 빵, 통조림 채소 등), 4단계가 바로 문제의 '초가공식품'입니다. 유화제·향미증진제·합성색소처럼 집 부엌에는 없는 성분으로 산업적으로 재조합한 식품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가공'과 '초가공'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냉동도 가공이고 통조림도 가공이지만, 그 자체로는 아직 4단계까지 가지 않았다는 뜻이니까요.

냉동채소는 왜 '초가공식품 아님'에 가까운가

NOVA 원칙에서는 냉동 자체를 1단계에서도 허용하는 기본적인 보존 처리로 봅니다. 세척, 건조와 같은 급으로 취급한다는 뜻입니다. 첨가물 없이 씻고 얼리기만 한 냉동 브로콜리, 냉동 완두콩은 원재료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1단계, 즉 '비가공·최소가공식품'에 속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최근 학술 연구 하나가 이 부분을 조금 복잡하게 만들었는데요.

식품 4,851개를 원재료명까지 확인해 재분류한 연구에 따르면, 제품명만 보고 판단했을 때는 최소가공으로 여겨지던 식품 중 30% 이상이 원재료명을 실제로 확인하자 초가공식품으로 재분류됐습니다. 여기에 냉동채소도 포함됩니다. '냉동채소'라는 이름만 믿을 게 아니라, 소스나 조미료가 코팅된 제품인지 원재료명 줄을 한 번은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만 같은 연구는 이렇게 재분류된 식품들도 열량·지방·당류·나트륨 수치는 초가공식품군보다 최소가공식품군에 훨씬 가까웠다고도 밝혔습니다. 이름표만으로 겁먹을 필요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통조림이 애매한 진짜 이유 — '통조림'이 아니라 '뭘 더 넣었나'

통조림도 원리는 비슷합니다. 국제 임상연구에서도 캔에 담긴 채소, 소금을 넣은 견과류, 물이나 기름에 저장한 생선 통조림은 NOVA 3단계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4단계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경계가 흔들리는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소스가 함께 들어간 제품인가, 아닌가입니다.

물이나 소금물에만 담긴 무염 참치, 별도 간이 거의 없는 과일 통조림은 원재료 비율이 높아 3단계에 가깝습니다. 반면 토마토소스·바비큐소스·간장양념이 함께 들어간 통조림 콩이나 조림류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점도를 위한 전분, 향을 강화하는 첨가물까지 더해지는 경우가 많아서 '콩을 먹는다'기보다 '가공 소스를 함께 먹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정도입니다.

즉 통조림이라는 형태 자체는 죄가 없습니다. 성분표 맨 앞줄에 소스·전분·향미증진제가 적혀 있는지가 진짜 기준입니다.

냉동채소·통조림, NOVA 어디쯤 있을까? 1단계 · 냉동채소 첨가물 없이 얼리기만 → 초가공식품 아님 2단계 · 조리재료 소금·기름·설탕 등 3단계 · 통조림 무염·단순 원재료면 → 초가공식품 아님 4단계 · 초가공식품 냉동피자·양념통조림 등 → 소스·첨가물이 관건
NOVA 1~4단계와 냉동채소·통조림·초가공식품의 위치

통조림 참치, 나트륨은 실제로 얼마나 될까?

수치로도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스탠더드 참치 통조림은 100g당 나트륨이 약 410mg입니다. 한 캔을 혼자 다 먹으면 세계보건기구 하루 나트륨 권장량(2,000mg)의 절반에 육박하는 양입니다. 별도 조리 없이 반찬처럼 먹도록 양념한 고추참치 같은 제품은 이보다도 훨씬 높습니다.

그래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소금물에 담긴 콩이나 참치는 체에 밭쳐 국물을 버리고 물에 한 번 헹구면 나트륨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습니다. 저는 참치 통조림을 쓸 때 습관처럼 체에 받쳐 흐르는 물에 살짝 헹구는데요, 이 한 동작만으로도 짠맛이 확실히 덜해집니다.

그럼 냉동피자·냉동만두는 왜 얘기가 완전히 달라질까?

여기서 냉동채소와 확실히 갈립니다. 도우, 치즈, 가공육 토핑, 소스까지 여러 재료가 결합된 냉동피자나 냉동만두는 전형적인 4단계 초가공식품에 가깝습니다.

숫자로 보면 더 분명합니다. 시판 냉동피자 16개 제품 조사에서 한 판당 평균 나트륨은 1,551.9mg으로 하루 기준치의 77.6% 수준이었고, 평균 포화지방은 14.9g으로 하루 기준치의 99.3%까지 올라갔습니다. 냉동만두 역시 한국소비자원 시험에서 150g(약 4개)만 간식으로 먹어도 하루 지방 기준치의 최대 39%, 포화지방 47%를 섭취하는 제품이 나왔습니다.

'냉동'이라는 유통 방식은 초가공 여부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원재료가 몇 가지인지, 그 사이에 뭐가 끼어들었는지가 관건이라는 걸 이 두 사례가 잘 보여줍니다.

통조림을 들고 원재료명을 확인하는 손
사진 제공: Erik Mclean | 출처: Pexels

성분표에서 실제로 뭘 봐야 할까

하이닥 기준으로 보면 초가공식품은 보통 성분이 5개 이상이고, 향료·유화제·감미료처럼 가정 조리에는 잘 안 쓰이는 첨가물이 포함됩니다. 반대로 3단계 가공식품은 성분이 2~3개 정도로 단순하고, 소금·기름·식초처럼 집에서도 쓰는 재료만 들어갑니다.

곡물류에 한해서는 10대1 테스트와 물 테스트라는 방법도 있습니다. 총탄수화물 대비 식이섬유가 10분의 1 미만이면 초가공식품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방식, 그리고 물에 3~4시간 담갔을 때 탄수화물이 녹아 나오는지 보는 방식입니다. 냉동채소·통조림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지만, 원리는 똑같습니다. 원재료명 줄에 낯선 화학명이 있는지, 나트륨·당류가 신선 상태보다 비정상적으로 높은지를 보면 됩니다.

솔직히 매번 성분표를 정독하기는 번거롭습니다. 그래도 딱 한 줄, 원재료명의 앞부분만 훑어보는 습관을 들이면 충분합니다.

냉동채소와 통조림, 결론적으로 초가공식품이라는 딱지를 무조건 붙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무첨가·단순 원재료'인지 확인하는 습관 하나는 들이시는 게 좋습니다. 오늘 장 보러 가신다면, 냉동채소 봉지와 통조림 뒷면 원재료명을 한 번만 읽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초가공식품인지 아닌지, 그 자리에서 바로 답이 나오니까요.


참고 자료

  1. NOVA classification — 백과사전(Britannica), 2025.6
  2. Nova groups for food processing — NOVA 원 보고서 인용 정리
  3. Precision Food Composition Data...Ultra-Processed Foods — 동료심사 학술 논문, PMC(NCBI)
  4. Food Vouchers and Educational Intervention - ClinicalTrials.gov — 등록 임상연구 프로토콜
  5. "건강식인 줄 알았는데"… 조심해야 할 초가공식품 4가지 - 하이닥 — 전문 건강매체, 2026.2
  6. 건강에 안좋은 초가공식품, 표시도 없는데 어떻게 가려내나? - 코메디닷컴 — 전문 건강매체, 2026.2
  7. 참치 통조림은 건강한 음식일까? - 코메디닷컴 — 전문 건강매체
  8. 집콕으로 자주 먹었던 냉동피자, 나트륨·포화지방 권장량 훌쩍 - 서울시 미디어허브 — 서울시(공공기관), 한국소비자원 조사 기반
  9. 냉동만두 한 끼 식사 수준의 지방·나트륨 - 아시아경제 — 언론, 한국소비자원 시험·평가 보도

⚠️ 이 글은 위 참고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글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정확한 판단은 의사·약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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