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D는 사실 비타민이 아니라 호르몬에 가깝다

햇빛이 비치는 거리를 걷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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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D 영양제를 사러 갔다가 약사님께 "이건 좀 특이한 비타민이에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땐 그냥 흘려들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정말로 특이했습니다 — 비타민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우리 몸에서 하는 행동은 영락없이 호르몬이었습니다.

비타민이라고 하면 보통 '음식으로 챙겨 먹어야 하는 영양소'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비타민D는 이 정의에 잘 들어맞지 않습니다.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들 수 있고, 만들어진 뒤에는 다른 장기를 거쳐 활성화되고, 최종적으로는 수많은 유전자에 신호를 보냅니다. 이건 영양소보다는 호르몬의 작동 방식에 훨씬 가깝습니다.

■ 비타민이라는 이름의 오해

비타민은 원래 '몸이 스스로 만들지 못해서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물질'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그런데 비타민D는 이 정의부터 어긋납니다. 햇빛만 충분히 쬐면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생성된 이후의 여정도 특이합니다. 피부에서 만들어진 비타민D는 곧바로 일을 시작하지 못하고, 간과 신장을 거쳐야 비로소 '활성형'이 됩니다. 이 활성형은 구조적으로 스테로이드 호르몬과 상당히 닮아 있습니다.

■ 피부에서 시작되는 합성 — 자외선이 하는 일

비타민D 합성의 출발점은 피부입니다. 피부 세포에는 콜레스테롤과 비슷하게 생긴 7-디하이드로콜레스테롤이라는 전구물질이 있는데, 자외선B(UVB, 파장 290~320nm)가 여기에 닿으면 화학구조가 바뀌면서 비타민D3(콜레칼시페롤)로 전환됩니다.

여기서 흔히 오해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창문을 닫고 햇빛을 쬐면 따뜻함은 느껴지지만 비타민D는 거의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유리창이 UVA는 통과시키면서 합성에 필요한 UVB는 대부분 걸러내기 때문입니다.

■ 간과 신장을 거쳐야 진짜 활성형이 된다

피부에서 만들어진(또는 음식으로 섭취한) 비타민D3는 아직 미완성 상태입니다. 먼저 으로 이동해 25-수산화효소의 작용으로 칼시페디올(25(OH)D)이라는 형태로 바뀝니다. 이게 혈액 속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형태이자, 병원에서 '비타민D 수치'를 잴 때 측정하는 바로 그 물질입니다.

하지만 칼시페디올도 아직 완전한 활성형은 아닙니다. 이번엔 신장으로 이동해 1α-수산화효소(CYP27B1)의 작용을 거쳐야 비로소 칼시트리올(1,25(OH)₂D3)이라는 활성 호르몬으로 완성됩니다.

비타민D가 피부·간·신장을 거쳐 활성 호르몬이 되는 과정 1 피부: 프리비타민D3 UVB가 7-디하이드로콜레스테롤에 닿아 비타민D3로 전환 2 간: 칼시페디올 25-수산화효소가 25(OH)D로 전환 혈중 저장·측정 형태 3 신장: 칼시트리올 1α-수산화효소(CYP27B1)가 최종 활성 호르몬으로 전환 활성 호르몬 완성 칼슘 대사, 면역, 골격 등 몸 곳곳에 신호 전달

■ 칼시트리올, 몸 곳곳에 신호를 보내는 물질

완성된 칼시트리올은 단순히 뼈에만 관여하지 않습니다. 1,000개가 넘는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한다는 분석도 있을 만큼, 몸 여러 조직에 신호를 보냅니다. 가장 잘 알려진 역할은 혈중 칼슘 농도를 조절해 뼈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고, 이 외에도 면역세포의 기능 조절에 관여한다는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신장뿐 아니라 대식세포, 조골세포, 대장, 유방 조직 등에서도 1α-수산화효소가 발현되어 국소적으로 칼시트리올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이 물질은 혈액을 타고 전신을 도는 방식뿐 아니라, 필요한 조직에서 스스로 만들어 쓰는 방식으로도 작동합니다 — 전형적인 호르몬의 작동 방식입니다.

■ 그래서 음식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비타민D가 풍부한 식품은 생각보다 흔하지 않습니다. 기름진 생선, 계란 노른자, 간 정도가 대표적인데, 이것만으로 충분한 양을 채우기는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체내 비타민D의 상당 부분은 음식이 아니라 피부의 자외선 합성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체의 비타민D 제조 시스템 자체가 '경구 섭취'가 아니라 '피부 합성'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실내 생활이 많고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바르는 현대인일수록, 식사만으로는 채우기 어려운 결핍이 흔하게 나타납니다.

비타민D의 주된 생성 경로 비교 피부 자외선 합성 약 90% 음식 섭취 약 10% ※ 체내 비타민D 생성 비중의 대략적인 추정치

■ 얼마나, 어떻게 햇빛을 쬐어야 할까

거창한 노출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팔다리를 어느 정도 드러낸 채로 하루 15~30분 정도 햇빛 아래 있는 것이 흔히 권장되는 기준입니다. 다만 계절, 위도, 피부색, 나이에 따라 필요한 시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특히 나이가 들수록 피부의 합성 효율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인 영양섭취기준에 따르면 50세 이상 성인의 비타민D 충분섭취량은 하루 10㎍(400IU)입니다. 실내 생활이 많거나 겨울철처럼 자외선이 약한 시기에는 이 기준을 채우기 어려울 수 있어, 이런 경우 보충제를 고려해볼 만합니다. 다만 과도한 섭취는 고칼슘혈증 같은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임의로 고용량을 장기간 복용하기보다는 필요시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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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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