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는 안 아픈데 다리가 저리다? 허리디스크 방사통의 논리적 치료법
"허리는 하나도 안 아픈데, 종아리가 터질 것 같고 발가락이 찌릿해요."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입니다. 많은 분들이 '허리디스크(추간판 탈출증)'라고 하면 허리 통증을 떠올리지만, 사실 이 병의 가장 고통스럽고 특징적인 증상은 '다리 저림(방사통)'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근육이 뭉친 게 아닙니다. 척추 뼈 사이에서 튀어나온 디스크가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 줄기를 짓누르고 있다는 신경학적 비명(Scream)입니다. 오늘은 이 비명을 잠재우고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논리적인 방법들을 정리해 드립니다.
1단계: 급성기, 불을 끄는 것이 먼저입니다
다리가 너무 저려서 걷기조차 힘들 때는 운동이 아니라 '염증 제거'가 우선입니다. 튀어나온 디스크 수핵은 강산성 물질이라 신경에 닿으면 심한 화학적 염증을 일으킵니다. 이때 무리하게 운동하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됩니다.
💉 신경 차단술 (C-arm 주사)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비수술 치료입니다. 영상 장비를 보며 염증이 생긴 신경 주변에 직접 항염증제(스테로이드 등)를 주입합니다. 이는 통증을 '못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의 부종과 염증을 가라앉혀 스스로 치유될 환경을 만들어주는 치료입니다.
💊 약물 치료
소염진통제(NSAIDs)와 근이완제, 그리고 신경병성 통증 완화제(가바펜틴 등)를 복용하여 과민해진 신경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2단계: '자세'가 최고의 치료제입니다
급한 불을 껐다면, 이제 디스크가 다시 들어갈 수 있도록(혹은 흡수되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핵심은 '신전(Extension)'입니다.
🧘♂️ 척추 위생 (Spine Hygiene)
서울대병원 정선근 교수가 강조하는 개념입니다. 허리를 굽히는 모든 동작(나쁜 자세, 윗몸일으키기, 땅에 떨어진 물건 줍기)은 디스크를 뒤로 쥐어짜는 행위입니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넣고, 모니터를 눈높이로 올리십시오. 요추 전만(허리의 C자 곡선)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은 획기적으로 줄어듭니다.
3단계: 걷기로 마무리하라
통증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면 '걷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걷기는 척추 주변 근육을 강화하고, 디스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펌프질 역할을 합니다.
단, 원칙이 있습니다.
- 평지 걷기: 경사나 계단은 피하십시오.
- 통증이 없는 범위 내에서: 걷다가 다리가 저리면 즉시 멈추고 쉬거나 중단해야 합니다. 통증을 참고 걷는 것은 극기훈련이지 치료가 아닙니다.
- 가슴을 펴고: 시선은 15도 위를 보며 당당하게 걸어야 요추 전만이 유지됩니다.
대부분의 디스크는 비수술로 낫지만, 아래 증상은 '응급 수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1. 대소변 장애 (소변이 안 나오거나 지림)
2. 다리에 힘이 빠져 풋드랍(Foot drop) 현상이 생길 때
3. 항문 주변의 감각 마비
마치며: 디스크는 '시간'이 고치는 병입니다
놀랍게도 튀어나온 디스크의 70~80%는 우리 몸의 면역 세포(대식세포)가 잡아먹어 자연적으로 크기가 줄어듭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치유의 시간 동안, 허리를 더 괴롭히지 않고(나쁜 자세 금지), 염증을 조절하며(주사/약물), 버티는 것입니다.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올바른 방향으로만 간다면, 당신의 다리 저림은 반드시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