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소버린 AI
'한국형 의료 LLM'의 모든 것
"한국 의료법을 모르는 AI에게 진료를 맡길 수 있을까요?" 챗GPT와 같은 범용 생성형 AI가 등장했을 때 의료계가 던진 가장 큰 질문이었습니다. 그에 대한 대답으로 2025년 11월 28일, 네이버와 서울대병원이 공동 개발한 'KMed.ai(케이메드AI)'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는 단순한 신기술 발표가 아닙니다. 의료 데이터 주권을 지키겠다는 '선언'이자, AI가 보조하는 새로운 진료 환경의 '시작'입니다.
1. 숫자 하나가 증명한 것: 96.4점
KMed.ai의 성능을 설명하는 데에는 긴 말이 필요 없습니다. 2025년도 의사 국가고시(KMLE) 모의 평가에서 이 모델이 기록한 점수는 96.4점입니다.
이 점수가 갖는 의미는 명확합니다. 영어권 데이터 위주로 학습된 글로벌 모델들은 한국의 독특한 보험 수가 체계나 의료법을 이해하지 못해 '환각(Hallucination)' 증세를 보이곤 했습니다. 반면 KMed.ai는 서울대병원의 임상 데이터와 한국의 의료 가이드라인을 집중 학습하여, 한국 의료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수준의 '신뢰성'을 확보했습니다.
2. 왜 '네이버'와 '서울대병원'인가?
이 프로젝트는 '기술'과 '데이터'의 결합입니다. 네이버는 한국어 능력이 압도적인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제공했고, 서울대병원은 양질의 정제된 의학 지식과 임상 데이터를 제공했습니다.
핵심은 '소버린 AI(Sovereign AI)'입니다. 환자의 민감한 정보가 해외 서버로 넘어가는 것을 막고, 국내 규제 환경 안에서 데이터를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자체 기술력이 필수적이었습니다. KMed.ai는 데이터 보안이 생명인 의료 분야에서 '한국형 AI'가 왜 필요한지를 증명하는 사례입니다.
3. 무엇이 달라지는가: 의료진의 '두 번째 뇌'
KMed.ai는 의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시간을 벌어주는 도구입니다. 24시간 피로에 시달리는 의료진에게 AI는 든든한 비서가 됩니다.
- 근거 기반 의학 검색 (RAG): "이 환자 케이스에 맞는 최신 치료 가이드라인 찾아줘"라고 물으면, 교과서와 최신 논문을 근거로 정확한 답변을 제시합니다.
- 의무기록 자동화 (Voice Med): 진료 내용을 듣고 자동으로 차트를 작성합니다. 의사는 모니터가 아닌 환자의 눈을 보고 진료할 수 있게 됩니다.
- 진단 보조: 복잡한 증상을 분석하여 놓칠 수 있는 희귀 질환 가능성까지 제시해, 오진율을 낮추는 데 기여합니다.
4. 결론: 기술 주권이 곧 의료의 질이다
KMed.ai의 공개는 한국 의료 AI 생태계가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기술 주권을 확보한다는 것은 단순히 국산 제품을 쓴다는 의미를 넘어, 우리 의료 환경에 꼭 맞는 최적의 도구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낸다는 뜻입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도구를 얼마나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현장에 정착시키느냐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