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감염이 늘어나는 진짜 이유, 체온 방어선이 무너졌다
며칠 전 뉴스를 보다가 눈이 멈췄습니다. '슈퍼곰팡이'라 불리는 칸디다 오리스에 감염된 국내 환자의 90일 사망률이 46%에 달한다는 국내 연구 결과였습니다. 감염 환자 두 명 중 한 명 가까이가 석 달 안에 세상을 떠났다는 뜻입니다.
곰팡이라고 하면 보통 욕실 타일이나 눅눅한 옷장을 떠올리지, 사람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로는 잘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원래 우리 몸에는 곰팡이를 막아주던 아주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방어선이 있었습니다. 바로 체온입니다. 그리고 최근 여러 연구들은 이 방어선이 여러 방향에서 흔들리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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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8월, 국내 연구가 알려온 소식
서울 소재 3개 상급종합병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가 최근 국제학술지 '진균학 저널(Journal of Fungi)'에 발표됐습니다. 2018년 1월부터 2025년 6월까지 병원 내 칸디다 오리스 감염증으로 진단된 성인 환자 50명을 분석한, 국내 첫 다기관 연구입니다.
결과는 무거웠습니다. 30일 사망률 24%, 90일 사망률 46%.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낮은 수치가 아닙니다 — 미국 뉴욕에서 보고된 30일·90일 사망률은 각각 39%, 58%였습니다. 연구진은 다행히 국내 확인 균주가 아직 1차 치료제인 에키노칸딘 계열 항진균제에 대부분 감수성을 보인다고 밝혔지만, 일부 약제에서는 내성도 확인됐다고 덧붙였습니다.
■ 원래 곰팡이는 우리 몸에 들어오지 못했다
이 소식이 낯설게 느껴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인간은 심각한 곰팡이 감염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 우리 체온이 섭씨 37도 정도인데, 이 온도가 대부분의 곰팡이가 살아남기에는 너무 뜨겁기 때문입니다.
곰팡이 포자가 어쩌다 몸 안으로 들어와도, 체온 자체가 1차로 곰팡이의 증식을 억제하고, 이어서 대식세포와 호중구 같은 면역세포가 남은 균을 처리합니다. 그래서 체내 깊숙한 곳까지 곰팡이가 침투하는 '침습성 진균감염'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우리 몸의 방어선이 상당 부분 무너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집니다.
■ 방어선이 뚫리는 경우 — 면역력 저하가 만드는 틈
국내 감염내과 전문의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침습적 진균감염이 급증하는 환자군은 뚜렷합니다. 에이즈나 암, 중증 만성질환으로 면역력이 저하됐거나, 장기이식·조혈모세포(골수)이식을 받은 환자,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를 주기적으로 투여받는 환자들입니다.
이런 흐름을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인도에서는 중증 환자에게 염증 억제 목적으로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로 인해 일시적으로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환자들 사이에서 '털곰팡이증' 감염자가 급증해 1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치사율은 50%에 달했습니다. 면역력이라는 방어선이 흔들리면 평소라면 무해했을 곰팡이가 순식간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입니다.
■ 슈퍼곰팡이 칸디다 오리스, 왜 이렇게 위험한가
칸디다 오리스는 2009년 일본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전 세계로 확산한 효모균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를 '긴급 위협' 병원체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우선 대응이 필요한 진균'으로 지정했습니다. 국내 질병관리청도 2026년 3월부터 이 균을 제4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해 감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 균이 특히 까다로운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여러 항진균제에 잘 듣지 않는 다제내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환자의 피부뿐 아니라 병원 침대나 의료기구, 병실 표면에서도 오래 살아남아 환자와 환자 사이에 쉽게 옮겨갑니다. 중심정맥관,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카테터 같은 침습적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환자일수록 위험이 커집니다.
■ 곰팡이 쪽에서도 변화가 있다 — 기후변화와 내성
환자 쪽 면역력 문제만 있는 게 아닙니다. 곰팡이 쪽에서도 걱정스러운 변화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아르투로 카사데발 교수팀은 2010년 '지구온난화 발현 가설(Global Warming Emergence Hypothesis)'을 처음 제기했습니다. 지구가 따뜻해지면 자연 환경 속 곰팡이들이 점점 더 높은 온도에서도 살아남도록 적응하게 되고, 그중 일부가 우리 몸을 지켜주던 '체온 방어선'(약 37℃)까지 넘어설 수 있다는 가설입니다.
이 연구팀은 2019년 발표한 논문에서, 칸디다 오리스가 서로 다른 대륙 세 곳에서 거의 동시에 병원성 균으로 나타난 현상 자체가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첫 사례일 수 있다고 제시했습니다. 실제로 인도의 한 해변에서 채취한 환경 속 칸디다 오리스 균주가, 습지에서 채취한 균주보다 높은 온도에서도 더 잘 견딘다는 연구 결과도 이 가설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기후 시뮬레이션 연구도 뒤따르고 있습니다. 영국 맨체스터대학 연구팀은 2025년 프리프린트로 먼저 공개하고 2026년 2월 학술지 iScience에 정식 게재한 연구에서, 고배출 기후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 아스페르길루스 푸미가투스의 유럽 내 서식 범위가 2100년까지 약 77.5% 넓어지고, 새롭게 노출되는 유럽 인구가 약 900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WHO는 이미 2022년, 공중보건 영향과 항진균제 내성 위험을 고려해 아스페르길루스 플라부스를 주요 병원균군에 추가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 가설이 학계에서 만장일치로 받아들여지는 건 아닙니다. 2024년 한 리뷰 논문은 "기후변화가 병원성 곰팡이를 실제로 증폭시키고 있다는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체온 적응은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 아직은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논쟁 중인 가설로 이해하는 게 정확합니다.
가설의 검증 여부와 별개로, 치료제 쪽 한계는 분명합니다. 시판 항진균제는 3~4가지 계열밖에 없습니다. 곰팡이는 사람과 같은 진핵생물이라, 곰팡이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약을 만들기가 세균 치료제보다 훨씬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 위험군이라면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건강한 성인이라면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닙니다. 다만 암 치료 중이거나, 당뇨병이 있거나, 장기·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았거나, 스테로이드·면역억제제를 장기간 복용 중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런 경우 병원 내 감염관리 수칙(손위생, 의료기기 삽입 부위 청결 관리)을 철저히 지키고, 원인 모를 발열이나 감염 징후가 지속되면 빨리 진료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호자 입장에서도 참고할 부분이 있습니다. 면역이 저하된 가족이 입원 중이라면, 병문안 전 손을 씻고, 감기 기운이 있을 때는 방문을 미루는 것 같은 기본적인 습관이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합니다. 곰팡이 감염은 아직 흔한 질병은 아니지만, 한번 시작되면 대응이 쉽지 않은 만큼 예방과 조기 발견이 가장 확실한 대응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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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김길원의 헬스노트] '슈퍼곰팡이' 칸디다 오리스…"국내 감염자 90일 사망률 46%" — 연합뉴스, 2026.08.06
- 국내 '슈퍼곰팡이' 칸디다 오리스, 감염 환자 90일 사망률 46% '충격' — 의약일보, 2026.08
- '슈퍼곰팡이 칸디다 오리스 국내 감염 환자 90일 사망률 46%…병원 감염관리 중요성 커져 — 의약일보, 2026.08
- 면역력 떨어진 환자 원내 곰팡이균 감염위험 높다 — 헬스오
- 곰팡이 — 나무위키
- 털곰팡이증 — 나무위키
- 곰팡이는 어떻게 인간을 위협하게 되었나…의학계의 경고 — 에포크타임스, 2026.02.05
- Environmental Candida auris and the Global Warming Emergence Hypothesis — Casadevall et al., mBio, 2021 (원 가설은 2010·2019년 논문)
- Climate change-driven geographical shifts in Aspergillus species — iScience, 2026.02.05 (동료심사 완료본)
- Fungal thermotolerance revisited and why climate change is unlikely to be supercharging pathogenic fungi (yet) — ScienceDirect, 2024.01.14 (반론 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