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성·불용성 식이섬유, 혈당과 장에 다르게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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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Alex Bayev on Unsplash 지난 글에서 "유산균의 먹이가 식이섬유"라고 썼는데, 쓰고 나서 저 스스로도 좀 걸렸습니다. 식이섬유라고 다 같은 식이섬유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뭉뚱그려 말했으니까요. 채소 많이 먹으라는 말은 어릴 때부터 귀 아프게 들었지만, '어떤' 채소가 '왜' 좋은지는 아무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습니다. 식이섬유는 사실 성질이 완전히 다른 몇 가지 성분을 뭉뚱그린 이름입니다 — 그 차이를 알면 식단을 짜는 기준이 꽤 달라집니다. 목차 식이섬유를 "많이 드세요"로 퉁치면 안 되는 이유 수용성 식이섬유, 젤을 만들어 혈당을 늦춘다 불용성 식이섬유, 부피로 장을 움직인다 저항성 전분, 제3의 식이섬유 정보가 엇갈리는 지점 — 무엇이 SCFA를 만드나 실전: 하루 권장량과 균형 잡는 법 ■ 식이섬유를 "많이 드세요"로 퉁치면 안 되는 이유 식이섬유는 소화효소로 분해되지 않고 소장을 그대로 통과하는 탄수화물 성분을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문제는 이 안에 성질이 전혀 다른 성분들이 섞여 있다는 점입니다. 물에 녹는지 여부로 크게 수용성 과 불용성 으로 나뉘고, 최근에는 저항성 전분 까지 별도로 구분해서 이야기합니다. 같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사'라도 오트밀 위주냐 현미밥 위주냐에 따라 몸에서 벌어지는 일이 다릅니다. 하나씩 뜯어보겠습니다. ■ 수용성 식이섬유, 젤을 만들어 혈당을 늦춘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물에 녹으면서 끈적한 젤 형태로 바뀝니다. 이 젤이 위장에서 음식물의 이동 속도를 늦추고 포만감을 높여, 과식·폭식을 막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오트밀, 보리, 사과, 해조류, 콩류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 혈당...

김치·된장 유산균이 만드는 단쇄지방산, 장 면역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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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Zoshua Colah on Unsplash 저는 원래 발효식품 신봉자는 아니었습니다. 김치는 그냥 밥과 같이 먹는 반찬이었고, 된장국은 어머니가 끓여주시니까 먹었을 뿐이었죠 — 유산균이니 프로바이오틱스니 하는 말은 건강기능식품 광고 문구쯤으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최근 장내미생물 연구들을 들여다보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발효식품이 몸에 좋다'는 결론은 예전과 같은데, '왜' 좋은지에 대한 설명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거든요. 핵심은 유산균이라는 '균' 자체가 아니라, 그 균이 장 속에서 만들어내는 '부산물'에 있었습니다. 사진 제공: Daniel | 출처: Unsplash 목차 발효식품, '균'보다 '산물'을 봐야 하는 이유 단쇄지방산이 만들어지는 과정 부티레이트, 장벽을 조이는 열쇠 SCFA가 면역세포에게 보내는 신호 김치·된장 유산균은 정말 특별한가 그래서 어떻게 먹어야 할까 ■ 발효식품, '균'보다 '산물'을 봐야 하는 이유 얼마 전까지 발효식품의 가치는 '얼마나 많은 유산균이 살아서 장까지 가느냐'로 설명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업계와 학계의 관심은 조금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균이 장에 도착해서 실제로 만들어내는 대사산물, 그중에서도 단쇄지방산(SCFA) 이 핵심이라는 쪽입니다. 한 미생물 대사체 연구기업은 이를 "프로바이오틱스가 유익균의 '씨앗'이라면, SCFA는 그 결과물인 '열매'"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씨앗을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우리 몸에 작용하는 건 그 씨앗이 맺은 열매라는 뜻이죠...

조리하면 오히려 좋아지는 영양소, 리코펜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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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하면 오히려 좋아지는 영양소 토마토 리코펜의 역설 🍅 지금까지 이 블로그에서는 주로 '가열하면 생기는 문제'를 다뤘습니다. AGEs, 산화된 기름, 파괴되는 비타민C까지 — 열은 대체로 조심해야 할 대상이었죠. 그런데 토마토를 파고들다 완전히 반대되는 사례를 발견했습니다. 익힌 토마토가 생토마토보다 특정 영양소 흡수율이 오히려 더 높다는 겁니다. 열이 늘 영양소의 적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목차 다 파괴되는 줄 알았는데 — 리코펜의 반전 왜 가열하면 오히려 흡수율이 높아질까요 토마토만이 아니다 — 베타카로틴 채소들 그래도 비타민C는 예외입니다 그럼 어떻게 조리해야 할까요 사진 제공: Mockup Graphics | 출처: Unsplash ■ 다 파괴되는 줄 알았는데 — 리코펜의 반전 미국 코넬대학교 연구팀이 토마토를 80℃에서 2분, 15분, 30분씩 가열해봤더니, 체내에 흡수될 수 있는 리코펜의 양이 각각 6%, 17%, 35%까지 늘어났습니다. 2002년 농업식품화학 학회지에 실린 또 다른 연구에서도 88℃에서 30분 가열했을 때 흡수 가능한 리코펜 수치가 35%까지 증가했습니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이겁니다. 같은 연구에서 익히는 과정이 토마토의 비타민C 함량은 줄였는데도, 익힌 토마토의 전체 항산화 수준은 오히려 62% 증가했습니다. 비타민C는 잃고 리코펜은 얻는, 완전히 상반된 결과가 한 재료 안에서 동시에 일어난 셈입니다. 사진 제공: Dan Burton | 출처: Unsplash ...

기름의 산화와 발연점, 어떤 기름을 써야 할까

기름의 산화와 발연점 어떤 기름을 몇 도까지 써야 할까 🛢 튀김을 할 때마다 저는 무의식적으로 '발연점 높은 기름'만 찾았습니다. 발연점만 높으면 고온에서도 안전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니 이 생각에는 빈틈이 있었습니다. 발연점에 도달하기 한참 전부터도 기름은 이미 산화되고 있고, 그 산화 속도는 발연점과는 다른 기준으로 정해진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목차 발연점 높은 기름이 다 안전한 건 아니라고요? 발연점, 정확히 뭘 의미할까요 발연점보다 중요한 것 — 산화 안정성 기름 종류별로 어디까지 써야 할까요 산패를 막는 보관과 사용 습관 ■ 발연점 높은 기름이 다 안전한 건 아니라고요? 발연점이 높더라도 고온에서 장시간 가열하면 좋지 않습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연구에 따르면 옥수수기름, 카놀라유는 200℃에서 20분 이내로 가열할 때, 콩기름과 올리브유는 180℃에서 15분 이내로 가열할 때 유해물질 생성량이 낮게 나타났습니다. 온도만이 아니라 '얼마나 오래' 가열했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더 놀라운 건, 옥수수기름이나 해바라기씨유 같은 식물성 기름을 고온으로 가열할 때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알데히드가 만들어진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반면 올리브유나 코코넛 오일로 조리했을 때는 유해물질 검출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같은 '고온 조리용 기름'이라도 기름마다 반응이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 발연점, 정확히 뭘 의미할까요 발연점은 기름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하는 온도를 말합니다. 발연점을 넘어서면 단순히 연기만 나는 ...

AGEs(최종당화산물)이 활성산소·염증을 부르는 이유

AGEs가 활성산소·염증을 부르는 이유 RAGE 수용체가 여는 스위치 🔥 지난번 활성산소 글을 쓰면서 산화 스트레스가 노화와 만성질환의 핵심 원인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더 찾아보니, 활성산소만큼 주목받는 또 다른 축이 있었습니다. 바로 '당화'입니다. 한 노화 연구자는 당화가 산화 이상으로 세포를 손상시키는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당화의 결과물이 지난번 정리했던 AGEs, 최종당화산물입니다. 흥미로운 건 이 둘이 완전히 별개가 아니라, 서로를 만들어내는 관계라는 점이었습니다. 목차 노릇하게 구운 고기, 알고 보니 이중 반응 고온 건열 조리에서 AGEs가 유독 많이 생기는 이유 RAGE 수용체, 염증과 활성산소의 스위치 몸속 곳곳에서 벌어지는 도미노 산화와 당화, 결국 하나의 이야기 ■ 노릇하게 구운 고기, 알고 보니 이중 반응 당화란 단백질과 당이 결합해 단백질의 성질이 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반응의 결과로 생기는 물질이 AGE이고, 이 최종당화산물은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어 전신 건강과 노화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 번 당화되어 AGE가 된 단백질은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당화된 세포 자신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에 있는 멀쩡한 세포까지 함께 공격한다는 점이 특히 까다로운 부분입니다. wellnesscompasslife.blogspot.com 활성산소와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가 노화를 부르는 이유 활성산소와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가 어떻게 노화를 유발하는지 분자생물학...

급속냉동 vs 해동, 세포 손상 막는 진짜 원리

급속냉동 vs 해동 세포 손상의 과학 얼음 결정이 맛을 바꾼다 ❄ 저는 냉동실에 고기를 넣을 때마다 '어차피 얼리는 거, 녹일 때도 빨리 녹이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급하면 미지근한 물에 담그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도 했고요.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니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생각이었습니다. 냉동은 빠를수록 좋다는 건 맞습니다. 문제는 해동입니다 — 얼릴 때와 녹일 때, 원리 자체가 다르게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목차 냉동실 고기, 해동하면 육즙이 흥건한 이유 급속냉동이 세포를 지키는 원리 얼음 결정은 왜 커지고 작아지나요 그런데 해동은 빠를수록 좋을까요 육즙 지키는 냉동·해동 습관 ■ 냉동실 고기, 해동하면 육즙이 흥건한 이유 냉동실에서 꺼낸 고기 포장을 열면 늘 붉은 액체가 고여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걸 '피'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고기 세포 안에 있던 수분입니다. 고기 속에는 70~75%의 수분이 들어 있습니다. 이 수분이 냉동 과정에서 얼음 결정으로 바뀌면서 부피가 팽창해 세포를 파괴하고, 세포 안에 갇혀 있던 수분이 바깥으로 빠져나오는데 이게 바로 육즙입니다. 그리고 해동할 때 이 육즙과 영양성분이 함께 빠져나가는 현상을 '드립(Drip)'이라 부릅니다. ■ 급속냉동이 세포를 지키는 원리 물이 천천히 얼면 결정핵이 적은 자리에서만 결정이 자랍니다. 그 결과 크고 개수가 적은 얼음 결정이 생기고, 이 큰 결정이 세포벽을 찢으며 세포의 탈수까지 유발합니다. 반대로 급속히 얼리면 핵이 생기는 지점 자체가 많아져 더 작고 더 많은 결정이 고르게 생깁...

마이야르 반응이란? 고기 갈변과 풍미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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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는 화학반응이다 마이야르 반응이란? 고기 갈변과 풍미의 비밀 🔥 저는 원래 요리를 '감'으로 하는 편이었습니다. 팬이 뜨거우면 고기를 올리고, 색이 나면 뒤집는 식이었죠. 그런데 왜 어떤 날은 스테이크 겉면이 근사한 갈색으로 노릇해지고, 어떤 날은 그냥 회색빛으로 익기만 하는지 늘 궁금했습니다. 답은 '불 조절'이 아니라 화학에 있었습니다. 바로 마이야르 반응 — 단백질과 당이 고온에서 만나 갈변과 풍미를 만드는 반응입니다. 이 원리를 알고 나니 감으로 하던 요리가 계산할 수 있는 요리로 바뀌더군요. 목차 스테이크 표면이 갈색으로 변하는 이유 마이야르 반응, 정확히 뭘까요 캐러멜화와는 뭐가 다를까요 마이야르 반응이 가장 잘 일어나는 온도는 집에서 마이야르 반응 제대로 끌어내는 법 ■ 스테이크 표면이 갈색으로 변하는 이유 고기를 구울 때 나는 그 고소한 냄새 — 사실 이건 우연이 아니라 정해진 화학 반응의 결과물입니다. 마이야르 반응은 스테이크를 구울 때 나는 향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스테이크뿐 아닙니다. 잘 구워진 빵 껍질, 볶은 원두의 향, 간장과 된장의 깊은 맛까지 — 마이야르 반응은 고기, 빵, 커피, 장류 등 여러 음식에 색과 풍미를 더하는 공통 원리로 작동합니다. 사진 제공: Emerson Vieira | 출처: Unsplash ■ 마이야르 반응, 정확히 뭘까요 마이야르 반응은 1912년 프랑스 화학자 루이 카미유 마이야르가 처음 보고한 반응입니다. 환원당과 아미노산·단백질이 만나 여러 단계의 ...